아직도 자신이 '천사'라고 믿고 있습니까? 회사에서는 남들이 던져놓은 일을 묵묵히 처리하고, 집에서는 가족들의 사소한 취향까지 다 맞춰주면서 '나 없으면 이 조직이 안 돌아가지'라고 자위하고 있는 당신 말입니다. 미안하지만,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하고 있는 건 '남의 기분을 먼저 챙기는 본능을 이용한 조화'가 아니라,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빠진 '가스라이팅형 헌신'에 불과합니다.

당신의 기억과 남의 기분을 먼저 챙기는 본능이 남들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게 만들고, 나중에 "내가 이만큼이나 해줬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며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뒤집어씌우는 정교한 부채 시스템입니다. 당신은 밤늦게 혼자 설거지를 하면서 커다란 한숨을 내쉬겠죠.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요. 그 한숨 소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너희는 다 이기적이고 나만 고결해"라고 외치는 소음일 뿐입니다.

인스타 부계정과 '이불킥': 당신의 내면 아이는 사실 '쫄보'다

당신의 '내면 아이' 이야기를 해볼까요? 억울한 일이 생기면 당신의 기억은 과거 10년 치 블랙리스트를 뒤져서 상대방이 나에게 저지른 만행을 4K 화질로 재생합니다. 내면의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당장이라도 독설을 퍼붓고 싶어 하죠. 이성적인 판단의 칼날을 갈면서 상대방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짓밟을지 상상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한 행동이 뭡니까? 인스타 부계정에 검은색 배경만 올리거나, 아무도 이해 못 할 난해한 시 구절을 적어놓는 거죠. 누군가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봐 주길 간절히 바라면서요. 하지만 올린 지 1분도 안 되어 당신의 머릿속 불안이 발동합니다. "부장님이 보면 어떡하지? 친구들이 나를 정서불안으로 생각하면 어쩌지?" 결국 당신은 빛의 속도로 게시물을 삭제합니다. 그러고는 카톡으로 "ㅎㅎ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라고 답장하죠.

당신이 남의 기분을 먼저 챙기는 본능의 가면 뒤에 숨어서 남 탓만 하다가, 정작 상황이 닥치면 도망가는 비겁한 악플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 "ㅎㅎ"는 당신의 자아가 죽어가는 비명입니다. 당신의 내면 아이는 성숙하지 않습니다.

2015년에 안 돌려준 반찬통을 기억하는 소름 돋는 기억력

당신의 기억력은 축복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무기입니다. 당신은 사실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나에게 졌던 '감정적 부채'를 기억합니다. 2015년에 누가 반찬통을 안 돌려줬는지, 작년 명절에 누가 나를 소외시켰는지 당신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미 그 사람의 이름 위에 빨간 줄을 그어놨죠.

이런 '감정 저장 강박'은 당신의 인생을 좀먹습니다. 남들의 잘못을 수집하느라 정작 당신이 살아야 할 현재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남들을 챙기느라 바빠서"라고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자신의 공허한 삶을 직면하기 무서워서 남들의 뒤치다꺼리를 방패 삼아 숨어있는 것뿐입니다.

성모 마리아 코스프레는 그만두고 제발 사람답게 사세요

성장하고 싶다면 '친절'을 화폐처럼 쓰는 짓부터 그만두십시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나를 사랑해야 해"라는 건 사랑이 아니라 구질구질한 구걸입니다. 당신이 남의 기분을 먼저 챙기는 것을 멈춘다고 해서 지구가 쪼개지지도 않고, 회사가 망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가끔은 화도 내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인간다운' 모습을 보일 때 사람들은 당신을 더 좋아할 겁니다. 그 낡은 걸레를 내려놓고, 누가 당신에게 뭘 빚진다는 계산을 그만두세요. "ㅎㅎ"라고 거짓말하는 대신, "진짜 짜증 나니까 건드리지 마"라고 한마디 내뱉는 게 백만 배는 더 건강한 일입니다. 착한 사람이라는 감옥에서 나와서, 제발 재수 없는 인간이라도 좋으니 당신의 진짜 모습으로 살아보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