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재택근무가 시작됐을 때 환호했습니다. 당신은 조용히 공포에 빠졌습니다. 출퇴근의 물리적 경계가 사라진 순간, 당신의 하루는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끊임없이 카톡 알림을 확인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닙니다. 당신이 스스로에게 그렇게 한 겁니다.
팀장 카톡은 30초 만에 답하면서, 친구 카톡은 3일째 읽씹
당신의 알림 습관을 한번 들여다봅시다. 팀장이 퇴근 후 카톡으로 "내일 아침 회의 자료 확인 좀"이라고 보냅니다. 이미 퇴근한 시간인데도, 당신은 이불 속에서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자료를 검토한 뒤 "확인 완료했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냅니다.
그런데 친한 동기가 3일 전에 보낸 "주말에 밥 먹을래?"라는 카톡은 아직도 읽씹 상태입니다. 당신의 뇌는 과거 업무에서 실수했거나 지적받았던 순간을 하나하나 소환하며 "빨리 답하지 않으면 신뢰를 잃는다"는 공포를 만들어냅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본능은 그 공포를 받아 "상사의 기분을 먼저 챙기는 게 사회생활의 기본"이라는 논리로 포장합니다. 결국 당신은 월급을 주는 사람들에게 모든 감정 에너지를 쏟아붓고, 정작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남는 것이 없습니다.
잡코리아 즐겨찾기만 30개, 지원은 0건
당신의 이성적인 판단은 이미 모든 걸 분석 완료했습니다. 현재 연봉은 시장 평균 이하이고, 업무량에 비해 보상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 잡코리아와 사람인에서 관심 있는 채용 공고를 북마크해뒀습니다. 심지어 이력서 초안도 써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지원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머릿속 불안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쏟아냅니다. "새 회사가 더 나쁘면? 새 사수가 악질이면? 적응 못 하면?" 그리고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본능이 "지금 팀에서 네가 빠지면 후임이 얼마나 고생하겠어"라며 마지막 쐐기를 박습니다. 당신은 이 회사가 좋아서 남는 게 아닙니다. 떠나는 것이 '배신'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남아있는 겁니다.
당신의 칼퇴가 누군가를 구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구원합니다
아무도 당신을 구해주러 오지 않습니다. 팀장은 당신의 워라밸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지 않습니다. 회사 인사팀이 먼저 번아웃 여부를 체크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들에게 당신의 현재 상태는 '정상 운영'입니다.
퇴근 시간 알람을 설정하세요. 저녁 7시가 되면 노트북을 닫으세요. 처음에는 죄책감이 밀려올 겁니다. 그건 당신의 상대방 기분을 먼저 챙기려는 본능이 "이러면 안 돼"라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입니다. 무시하세요.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닙니다. 살아남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