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온 세상이 잠든 이 시간, 나는 방금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습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지독한 헬창'이라거나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고 말하죠. 하지만 사실 나는 그저... 도망칠 곳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인간관계라는, 정답도 없고 매뉴얼도 없는 그 복잡한 미로에서 벗어나 오직 '무게'와 '나'만이 존재하는 그 단순한 세계로 말입니다.
소주잔 뒤에 숨겨진 '우리'라는 압박감
오늘 저녁 회식 자리가 생각나네요. 선배가 소주를 가득 따라주며 제 어깨를 툭 쳤습니다. "야, 너는 참 말수가 없어도 사람이 진국이야. 우리 팀, 진짜 가족 같지 않냐? 앞으로도 형만 믿고 따라와." 그 순간 저는 숨이 막혔습니다.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인 건 알지만, 제 머릿속에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개인 시간을 반납해야 할까', '형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감정 노동을 해야 할까'라는 계산기만 돌아갔습니다. 사회적인 미소를 지으며 잔을 비웠지만, 제 영혼은 이미 그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가 헬스장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끈적끈적한 '정(情)'이 저에게는 소화되지 않는 돌덩이처럼 느껴졌거든요.
근육의 통증이 주는 명쾌한 위로
헬스장에 도착해 바벨을 잡았을 때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이 쇳덩이는 나에게 "우리는 하나다"라거나 "너는 왜 이렇게 무뚝뚝하냐"고 묻지 않습니다. 내가 든 만큼 무겁고, 내가 버틴 만큼 정직한 고통을 줍니다. 스쿼트를 하며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제 뇌세포를 괴롭히던 회식 자리의 대화들은 하나둘씩 휘발되어 사라졌습니다. 심리적인 고통은 비논리적이고 끝이 없지만, 신체적인 고통은 명확하고 끝이 있습니다. 운동을 마친 후의 그 녹초가 된 상태가 되어야만, 저는 비로소 타인의 기대라는 짐을 내려놓고 온전히 저 자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고독이라는 이름의 사치
이제 내일 아침이면 저는 다시 '회사의 부속품' 혹은 '원만한 동료'의 가면을 쓰고 출근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왜 그렇게 혼자 하는 운동에 열광하는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에게 운동은 몸을 만드는 수단이 아니라, 저의 작은 영토를 지키는 의식 같은 것이니까요. 타인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지 않기 위해, 제 에너지를 오로지 제 몸의 감각에만 쏟아붓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유일한 사치입니다. 오늘도 저는 근육통을 훈장처럼 달고 잠자리에 듭니다. 합니다/입니다. 고독해도 괜찮습니다. 무게는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내일은 데드리프트를 조금 더 증량해볼 생각입니다. 오늘의 성찰 끝. 이제 눈을 감습니다. 잠시만이라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