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조명이 그의 얼굴 위에 쏟아집니다. 좌석 2500개가 동시에 기립합니다. 카메라가 줌인되고, 화면 하단에 이미 '대상 수상'이라는 자막이 깔려 있습니다. 그가 마이크 앞에 섭니다. 입술이 움직이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눈이 빨개집니다. 시청자들은 감격에 겨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수는 더 커집니다. 하지만 그만이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덮치고 있는 것은 감동이 아니라 공포라는 것을. 2500명의 눈동자가 사랑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과연 진짜 나인지 확신이 없습니다. 머릿속에서 한 가지 질문만 미친 듯이 메아리칩니다. "이 사람들이 진짜 나를 본다면, 그래도 박수를 칠까?"

장면 하나: 새벽 4시의 작업실

INFP로 널리 알려진 어느 유명 뮤지션이 악보와 가사지가 흩어진 책상 앞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입니다. 창 밖은 서울의 새벽 4시, 한강 위로 검은 안개가 깔려 있습니다. 그는 방금 6개월간 작업한 앨범의 마스터 파일을 통째로 삭제했습니다. 매니저가 문 앞에 서서 부들부들 떨고 있습니다. "발매일이 3주 남았는데요…" "처음부터 다시 해." 그는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매니저는 압니다. 이것은 장인 정신이 아닙니다. 이것은 스스로를 갈아먹는 자기 파괴입니다. 앨범이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그는 '이건 아닌데'라는 감각에 사로잡힙니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게 아닙니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그 감정'이 이 사운드 안에 담겨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 '감정'은 그의 뇌 깊숙한 곳에만 존재합니다. 윤곽은 보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영원히 한 발짝 앞에서 물러서는 안개. 그는 그 안개를 음파로 바꾸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가까이 갈수록 안개는 더 안쪽으로 달아닙니다. 그래서 삭제합니다. 다시 만듭니다. 다시 삭제합니다. 다시 시작합니다. 마감일이 되어서야, 그는 마침내 '완벽하지 않은 버전'이 자기 손을 떠나는 것을 간신히 허락합니다. 앨범 발매일. 차트 1위. 실시간 트렌드. 리뷰어들의 극찬. 그는 자기 방의 어둠 속에서 그 모든 반응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스크롤하다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유일한 문장: "사람들이 듣고 있는 건,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닌데."

장면 둘: 11주째 비어있는 인스타그램

300만 팔로워를 가진 젊은 배우가 있습니다. 마지막 게시물은 11주 전입니다. 댓글란에는 팬들의 안부가 빼곡합니다. "언니 괜찮아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무리하지 마세요." 그녀는 모든 댓글을 하나하나 읽었습니다. 핸드폰을 들어 카메라를 켭니다. 셀카를 찍습니다. 열두 장을 찍었습니다. 열두 장을 다 삭제했습니다. 못생겨서가 아닙니다. 화면 속의 그 사람이 낯선 타인이기 때문입니다. 렌즈 안의 여자는 웃고 있지만, 렌즈 밖의 여자는 그 미소가 연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300만 명 앞에 '진짜 나'를 보여주는 방법을 모릅니다. '진짜 나'가 어떤 형상인지 자기 자신조차 확신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침묵을 택합니다. 침묵이 연기보다 쉬우니까요.

장면 셋: 대상 수상 직후의 화장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받은 싱어송라이터가 있습니다. 2분 가까운 기립 박수. 심사위원 전원의 찬사. 실검 1위. 그는 무대를 내려와, 축하 인사를 건네는 스태프들 사이를 아무 표정 없이 지나갑니다. 곧장 백스테이지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급니다. 변기 뚜껑에 걸터앉아,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꽉 틀어막습니다. 오늘 그는 무대에서, 한 번도 공개적으로 부른 적 없는 곡을 불렀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가사에 담은 곡. 두 번째 후렴을 부르다가 그는 울었습니다. 영화 속 아름다운 눈물이 아니라, 어깨가 들썩이고 목이 갈라지고 마이크를 겨우 쥐고 있는 종류의 울음이었습니다. 관객이 3초 동안 숨죽였습니다. 그다음 무너지듯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는 대상을 탔습니다. 내일부터 모든 뉴스에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화장실의 어둠 속에서, 그가 느끼는 감정은 기쁨이 아닙니다. 살가죽이 벗겨진 느낌입니다. 방금 자기 가장 깊은 곳의 상처를 꺼내, 2천 명의 낯선 사람들의 식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영혼에 공감한 건지, 아니면 단지 울부짖는 꼴을 흥미롭게 '소비'한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결론은 없습니다

해석도, 프레임도, 조언도 없습니다. 만약 여기까지 읽고 가슴 한편이 뻐근하다면. 만약 어느 장면 속에서 당신 자신의 그림자가 보였다면. 이 글이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겁니다. /INFP /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