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친척들이 "취업은 했냐"고 묻는 무례한 질문에 당신은 어색한 미소로 답합니다. "스타트업 다니느라 바빠서요"라는 말이 방어기제처럼 튀어나오죠. 사실 당신은 어제도 새벽까지 일했고, 오늘도 팀 단톡방의 알람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비전 있는 회사의 핵심 멤버'라는 자부심을 내비치지만, 상담사인 제 눈에는 당신의 그 지독한 성실함 뒤에 숨겨진 '유기 공포'가 보입니다. 당신은 야근에 단 한 번도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의 믿음직한 일꾼이지만, 사실은 그 헌신을 통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하는 상태입니다.

아드레날린이라는 마약과 도피

왜 하필 스타트업인가요? 그것은 스타트업 특유의 긴박함과 불확실성이 당신의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지루한 루틴을 참지 못합니다. 문제가 터지고, 데드라인이 코앞이고, 밤을 새워 무언가를 해결해야 할 때 당신은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것은 건강한 성취감이 아니라 도파민 중독에 가깝습니다. 당신은 바쁘게 움직임으로써 내면의 정적과 마주하는 것을 피하고 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저녁, 혼자 남겨졌을 때 느껴지는 형언할 수 없는 불안감을 야근이라는 소음으로 덮어버리는 것이죠.

당신이 야근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당신의 존재 이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너 아니면 안 돼"라는 말이 당신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달콤한 찬사입니다. 하지만 그 찬사는 독이 든 성배입니다. 당신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무한정 퍼주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의 내면 아이가 지쳐 쓰러져가는 소리는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스타트업을 위해 달리는 게 아니라, 당신 자신의 공허함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중입니다.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감옥

사무실에서 당신은 영웅입니다. 어떤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고, 주말에도 호출하면 나타나죠. 동료들은 당신을 의지하지만, 당신은 그 '의지'에 투옥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한 번이라도 거절하면 그동안 쌓아온 '유능하고 쿨한 나'의 이미지가 무너질까 봐 두려워합니다. 이것은 과거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에게 '쓸모 있는 행동'을 했을 때만 사랑을 받았던 경험에서 비롯된 방어기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개인 시간을 '0'으로 수렴하게 만들면서까지 타인의 요구를 우선시합니다. 이것은 배려가 아니라 생존 전략입니다. "나는 필요 없는 사람이야"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것이죠. 결국 당신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을 인간이 아닌 '해결사' 혹은 '편리한 도구'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당신이 정작 정말로 힘들어서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당신의 약한 모습에 당황하거나 오히려 짜증을 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그들을 그렇게 길들였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가치는 '성과'에 있지 않습니다

진정한 성장은 더 높은 연봉이나 더 큰 투자 유치가 아닙니다. 스타트업의 그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아무도 당신을 찾지 않는 시간을 견뎌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알람을 끄고, 일을 하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결언: 스타트업은 성취의 장이 될 수도 있지만, 자아를 잃어버리는 늪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열정이 누군가를 위한 '착취의 수단'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십시오. 당신이 '아니오'라고 말할 때, 비로소 당신은 누군가의 도구가 아닌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야근 대신, 거울 속의 지친 당신 자신에게 "오늘 하루도 충분히 고생했다"라고 말하며 일찍 잠자리에 드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성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