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내가 어제 회식 자리에서 당신 표정 다 봤잖아. 선배가 소주 따라주면서 "너 요즘 뭐 하고 사냐?"라고 물어봤을 때, 당신 얼굴 완전 '동공 지진'이었던 거 기억나? 겉으로는 "아, 저 그냥 이것저것 프로젝트 구상 중이에요"라고 대답했지만, 눈은 이미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를 외치고 있더라고. 당신은 인생의 절반을 '세상을 바꿀 천재'로 살고, 나머지 절반은 '내가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정체성 위기로 보내잖아. 솔직히 말해서 이거 이제 지긋지긋하지 않아?
내가 다 안다니까. 당신은 2주마다 '새로운 나'를 출시하잖아. 지난주엔 미니멀리즘에 꽂혀서 멀쩡한 옷 다 버리더니, 이번 주엔 갑자기 40만 원짜리 빈티지 카메라 사면서 "아날로그의 감성이 진짜 나의 자아랑 맞다"고 떠벌리고 다니더라. 이건 영혼의 여정이 아니라, 그냥 '새로운 정체성'이라는 신상 가방에 중독된 거야. 새 부캐를 키울 때의 그 설렘이 좋은 거지, 그 부캐가 감당해야 할 따분하고 반복적인 현실은 마주하기 싫은 거잖아.
'나는 특별하다'는 병적 증세
진짜 비밀 하나 말해줄까? 당신의 정체성은 '남들과 다르다'는 강박 위에 세워진 사막 위의 성이야. 남들이 다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해야만 당신이 똑똑해 보인다고 착각하는 거지. 남들이 다 좋아하는 건 일단 까고 보고, 남들이 싫어하는 건 혼자서 "이게 진짜 가치가 있다"며 수호 천사 노릇을 하잖아. 이게 독립적인 사고라고? 아니, 이건 그냥 '예측 가능한 반항'일 뿐이야. 우리는 당신이 뭘 할지 이미 다 알고 있어. 사람들이 제일 질색할 만한 선택지만 골라서 할 거잖아. 당신은 '진짜 나'를 찾는 게 아니라, 그냥 남들의 반응에 반사적으로 튀어 오르는 용수철일 뿐이라니까.
그리고 당신, 은근히 성공에 집착하는 거 다 티 나. 겉으로는 "난 세속적인 거 관심 없어"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사람들이 당신을 '젊은 천재'로 봐주길 간절히 바라잖아. 회식 자리에서 그렇게 당황했던 건, 그 순간 당신이 '비전을 가진 리더'가 아니라 그냥 술잔 비우기 바쁜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야. 당신은 '평범함'이라는 단어를 거의 혐오 수준으로 싫어하지. 그래서 자꾸 인생을 리셋하는 거야. 다음 버전의 '나'는 진짜로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 멋진 모습일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야.
무책임의 다른 이름, 정체성 위기
솔직해지자고. 당신은 '정체성 위기'를 당신의 게으름과 끈기 부족을 가리는 방패로 쓰고 있어. "난 지금 과도기야, 더 큰 가능성을 탐색 중이지"라고 말하면서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일을 그만뒀잖아. 아니, 당신은 그냥 '지루함'을 못 참는 거야. 한 가지 정체성에 정착하면 다른 문들이 닫힐까 봐 겁이 나는 거지. 모든 것이 되고 싶어서 아무것도 안 되고 있는 게 지금 당신의 주소야. 당신은 지금 1%만 다운로드된 채 멈춰있는 인격들의 수집가에 불과해. 제대로 실행되는 게 하나도 없잖아.
우리는 다 보고 있어. 당신이 새 취미를 무슨 패스트 패션 갈아입듯 하는 거, 새 프로젝트 시작할 때만 눈이 반짝이다가 실제 작업 들어가면 사라지는 거. 그거 지켜보는 사람들도 진짜 지쳐, 얘야. 당신은 당신 인생이 무슨 심오한 인디 영화인 줄 알겠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냥 '시작만 하고 끝은 못 맺는 것들의 모음집'인 틱톡 영상 같아. 자아를 '재정의'하느라 정작 '자아'를 가질 시간이 없는 거 아니야?
딱 5분만 지루해지면 안 돼?
자, 당신이 듣기 싫어할 진짜 독설 하나 던질게. 당신도 사실은 그 '평범한 사람들'이랑 똑같아. 실패할까 봐 무섭고, 혼자 남겨질까 봐 겁나고, 부모님이 당신의 '낭비된 잠재력'에 대해 하시는 말씀이 맞을까 봐 심장이 덜컥 내려앉잖아. 이런 아주 흔하고 인간적인 공포를 마주하는 대신, 당신은 그냥 인격을 통째로 갈아치우고 새 계정을 파버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