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친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고부가가치 전략적 동맹 리스트'만이 존재할 뿐이죠. 당신에게 가벼운 만남이란 인생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프리 시드(Pre-seed) 단계의 투자 설명회와 같습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의 눈빛은, 부실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Due Diligence)를 벌이는 사모펀드 매니저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당신은 비밀을 공유할 '절친'을 찾는 게 아니라, 최소 20% 이상의 인맥 확장 잠재력을 가진 당신 인생의 최고 운영 책임자(COO)를 면접 보고 있는 겁니다.

회식 자리를 떠올려 보십시오. 선배가 소주를 따라주며 옛날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당신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invisible 엑셀 시트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선배의 말 속에 담긴 의도를 분석합니다. 저 이야기가 단순한 정서적 지지(ROI 낮음)를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부탁할 일을 위한 밑밥(리스크 높음)인지 계산하죠. 안주로 나온 골뱅이무침이 비워지기도 전에, 당신은 이미 누구에게 다음 날 카톡을 보낼지, 누구를 당신의 '휴먼 포트폴리오'에서 구조조정할지 결정을 끝냈습니다.

우정의 서류 전형 및 면접 과정

보통 사람들은 비슷한 취향이나 공통의 적을 통해 유대감을 쌓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시너지'를 통해 유대감을 쌓습니다. 누군가 등산을 좋아한다고 하면, 당신은 경치가 어땠는지 묻지 않습니다. 평균 페이스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장비를 써야 효율이 극대화되는지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예고 없는 인사 스크리닝을 진행 중입니다. "이 우정의 5년 후 모습은 어떨 것 같나요?"라고 입 밖으로 내지는 않지만, 당신의 눈빛은 명확하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즐거움'을 수치화할 수 있는 지표로 봅니다. 사교 모임에 '인맥 쌓기'나 '정보 교환' 같은 명확한 목표가 없다면, 당신은 마치 피 같은 시간을 길바닥에 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인맥을 주식 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합니다. 만약 어떤 친구가 최근 실적이 저조하다면—예를 들어 이별 후 슬픔에 빠져 위로만 바란다면—당신은 내심 그 주식을 '매도'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그가 다시 '성장 모드'로 전환되어 당신에게 긍정적인 자산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이니까요.

사교계의 M&A와 자산 재평가

당신이 말하는 '마음을 여는 행위'는 사실 2017년에 저지른 전략적 실수와 거기서 얻은 교훈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건 취약함이 아니라 '성공 사례 분석(Case Study)'이죠. 당신은 사람들이 당신이라는 인간이 아니라 당신의 '브랜드'에 투자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모든 저녁 모임을 투자 유치 설명회처럼 다룹니다. 손님들이 집을 나설 때 당신에게서 무언가 '영감'을 얻거나 '삶의 체계'를 얻지 못했다면, 당신은 호스트로서의 KPI가 미달되었다고 느낍니다.

문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독하게 비효율적이라는 점입니다. 감정은 시도 때도 없이 새어 나오고, 중요한 날짜를 까먹으며, 자기계발과 무관한 '취미'를 가집니다. 이것은 당신을 미치게 만듭니다. 당신은 아예 인맥 관리용 CRM을 도입해서 주변 사람들의 '충성도 점수'를 매기고 싶어 하죠. 분기별 성과 보고서를 친구들에게 보낼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지수 씨, 최근 지지 지표가 좀 낮네요. 당분간 '가벼운 지인' 등급으로 조정될 예정입니다."

'스몰 토크' 부서의 청산

당신은 '서로 알아가는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제국 건설 단계'로 넘어가고 싶어 합니다. 날씨 이야기를 하는 스몰 토크는 당신의 지성에 대한 육체적인 폭력처럼 느껴집니다. 날씨 이야기 대신 중산층의 몰락이나 생성형 AI의 미래를 논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니까요. 당신은 상대방의 가운데 이름도 알기 전에 그의 '핵심 가치'를 캐내려 듭니다.

기준을 조금만 낮추십시오. 모든 사람이 당신의 자산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사람입니다. 당신 인생이라는 영화의 엑스트라일 수도 있지만, 그들을 굳이 편집해서 잘라낼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런 목표 없는 대화를 시도해 보십시오. 네트워크도, 조언도, 5개년 계획도 없는 대화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그 황당하고도 아름다운 사실을 받아들여 보십시오. 아, 물론 당신은 읽자마자 이 글의 효용 가치가 낮다고 판단해서 이미 창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