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내가 아는 ENFJ 중에 진짜 대단한 애가 하나 있거든. 아니, 대단하다기보다 좀 안쓰럽다고 해야 하나? 저번에 우리 동기들이랑 오랜만에 모여서 고기 좀 구웠거든. 다들 알다시피 요즘 물가가 제정신이 아니잖아. 계산서가 나왔는데, 다들 "n분의 1 하자"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걔가 벌떡 일어나는 거야. 그러더니 "오늘 내가 낼게, 다들 맛있게 먹었지?" 이러면서 카드를 똿! 내미는 거 있지. 근데 걔, 지난달에 카드값 때문에 적금 깼다고 나한테 징징거렸던 애거든. 진짜 옆에서 보는데 내가 다 민망해서 원...

ENFJ의 그 '골든벨' 증후군 말이야, 그거 대단한 인격 아니야. 그냥 병이야, 병.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 난 중독 증세라고. 걔들은 누군가 돈 계산하며 머뭇거리는 그 10초를 못 견뎌 해. '내가 안 내면 사람들이 나를 째째하다고 생각하겠지?' 이런 망상에 시달리는 거지.

지하철 창밖을 보며 멍 때리는 40분, 사실은 통장 잔고 계산 중이지?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 끼고 窗밖을 멍하니 보고 있는 ENFJ들 보면 무슨 생각 하는 줄 알아? '아, 이번 달 월세 어떡하지?', '아까 왜 내가 낸다고 했을까?' 이런 자책으로 머릿속이 풀가동 중일걸? 그 멍한 표정 뒤에는 구멍 난 통장을 메우기 위한 필사적인 계산기가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근데 문제는, 그러고 집에 가서 또 남 걱정만 하고 있다는 거야. 본인 코가 석 자인데 리액션 장인답게 친구 고민 상담해주고, 애인한테 비싼 선물 사주고... 돈을 써서 상대방의 얼굴에 떠오르는 그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사는 거지. 그게 없으면 본인의 존재 가치가 증명 안 된다고 믿는 것 같아. 남들은 걔가 부자인 줄 알지만, 사실은 텅 빈 통장을 '미소'로 덮고 사는 위태로운 상태지.

당신의 '베풂'이 얄미운 오지랖으로 보일 때가 있어

이건 진짜 비밀인데, 우리끼리 하는 얘기야. ENFJ가 그렇게 덥석덥석 계산하면, 남들이 항상 고마워할 것 같아? 아니, 사실은 엄청 부담스러워. "아니, 쟤는 왜 자꾸 지가 내? 우리가 거지야?" 이렇게 생각하는 애들도 꽤 많거든. 그게 일종의 감정적 우월감을 얻으려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단 말이야. '나는 이렇게 베풀 줄 아는 여유로운 사람이고, 너희는 내 도움을 받는 사람이야'라는 프레임을 짜는 느낌?

게다가 걔들은 돈 쓰고 생색은 또 안 내려고 하잖아. 그게 더 무서워. 나중에 서운한 거 쌓였다가 폭발할 때 "내가 너한테 쓴 돈이 얼마인데!"라고 하진 않지만, 그 눈빛으로 말하거든. '내가 이만큼 했으면 너도 내 감정을 돌봐줘야지'라는 무언의 압박. 이건 선물이 아니라, 아주 비싸고 질척거리는 감정 대출이야.

제발 본인 인생에 '골든벨'을 울리세요

ENFJ들아, 이제 그만 그 인자한 보살 코스프레 좀 집어치워. 친구들 밥 사줄 돈으로 본인 실손 보험이나 하나 더 들어. 네가 밥 안 사준다고 떠날 친구면, 애초에 친구도 아니야. 그냥 너를 '호구'로 보는 기생충이지.

지하철에서 멍하니 창밖 보지 말고, 가계부 앱이라도 켜서 숫자를 봐. 환상 속에 살지 말고 차가운 현실을 보라고. 네가 월세 밀려서 쫓겨날 때, 그동안 네가 밥 사줬던 사람들이 네 월세 보태줄 것 같아? 절대 아냐. 다들 각자 살기 바쁘다고. 오늘부터는 제발 "이번엔 n분의 1 하자"라는 말부터 연습해. 그 말 한마디 한다고 네 인생 안 망해. 오히려 통장이 살아나겠지. 알겠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