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당신, ENFJ. 지금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장단점 리스트를 빼곡히 채웠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봤다. 하지만 정체 모를 두려움이 당신을 마비시킨다. 거울을 보며 묻는다. "이것은 나의 소명을 저버리는 일인가? 나를 믿었던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건 아닐까? 나의 이 선택이, 침묵 속에서 나를 지켜보는 이 우주를 슬프게 하지는 않을까?"
그 시각, 도시의 다른 편에 사는 한 ISTP 역시 이직을 결심한다. 그의 내면 독백은 대략 이렇다. "아, 이제 여기 재미없네. 거긴 연봉도 더 주고, 최신형 맥북 준다던데. 가야지." 그는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남은 세 시간 동안 유튜브에서 '오래된 망치 복원 과정' 영상을 넋 놓고 본다.
이것이 바로 부조리의 정수다. 우주는 그 무한하고 차가운 무관심 속에서, 두 개의 다른 원자 배열(ENFJ와 ISTP)에게 '이직'이라는 똑같이 의미 없는 선택지를 던져준다. 한쪽은 이 선택을 가지고 한 편의 거대한 오페라를 상연하고, 다른 한쪽은 핸드폰 벨소리를 고르는 정도의 감정적 무게로 이를 처리한다. 카뮈가 살아있었다면 아마 박장대소했을 것이다.
제 1막: 의미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 (주연: ENFJ)
ENFJ에게 직업은 그냥 '돈벌이'가 아니다. 그것은 신성한 소명이다. 당신의 Fe-Ni 기능은 당신이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바로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잠재력을 끌어내고, 영감을 주기 위함이라고 속삭인다. 당신은 이 세상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이며, 당신의 커리어는 인류를 구원하고 당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핵심 서사다.
그렇기에 당신이 교사, 사회복지사, 혹은 이상하게 인망이 두터운 인사팀 팀장 자리를 떠나려고 할 때, 그것은 단순한 '퇴사'가 아니다. 그것은 '대우주적 배신 행위'에 가깝다.
당신의 머릿속은 카프카의 소설처럼 변한다. 당신의 Fe(외향 감정)가 검사가 되어 당신을 기소한다. "당신에게 의지했던 저 사람들을 보시오! 당신이 아직 끌어내 주지 못한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어쩔 셈이오!" 당신의 Ni(내향 직관)는 변호사가 되어 다른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만, 그 비전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판사는 침묵하는 공허뿐. 이 모든 과정은 당신을 완전히 지치게 만든다.
제 2막: 공허의 실용주의 (ISTP의 외전)
ISTP에게는 신성한 소명이 없다. 그들에게는 '연장통'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Ti-Se 기능은 직업에 대해 단 두 가지만 묻는다. "이 문제, 흥미로운가?" 그리고 "내 손과 논리를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가?"
ISTP에게 커리어는 서사가 아니라, 흥미로운 퍼즐의 연속이다. 한 퍼즐이 지겨워지거나 연장이 구식이 되면, 그들은 미련 없이 새로운 퍼즐 상자를 찾아 떠난다. 그들은 퍼즐 자체에 어떠한 충성심도 느끼지 않는다. 퍼즐의 기분이나, 자신이 떠나면 퍼즐이 더 나은 퍼즐이 될 가능성을 저버리는 건 아닌지 따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ISTP에게 이직 때문에 실존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는 마치 고장 난 기계를 관찰하듯 흥미로운 눈으로 당신을 쳐다볼 것이다. 그리고는 "음, 연봉 협상은 해봤어?"와 같이 지극히 실용적이지만 당신에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당신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 역시 시시포스지만, 바위의 무게를 고뇌하는 대신, 바위와 언덕 사이의 마찰 계수를 계산하며 더 효율적으로 바위를 굴릴 방법을 찾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종족일 뿐이다.
제 3막: 이 모든 것이 코미디임을 받아들이기
결론은 무엇인가? ENFJ는 스스로가 창조한 '사명감'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받는다. ISTP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기에 자유롭다. 그렇다면 ISTP가 더 우월한가? 아니다. 그것은 가치 판단을 내포하는 말이며, 가치 판단 또한 무의미하다.
우주적 농담의 핵심은 이것이다: 위대한 목적을 가져야만 한다는 ENFJ의 강박은, 새로운 용접기가 필요하다는 ISTP의 필요성과 본질적으로 똑같이 임의적이다. 둘 다 우주가 종말을 맞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법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직하라. 혹은 하지 마라. 어차피 우주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신의 '잠재력'은 당신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당신이 '실망시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음 주 사무실에 새로운 정수기가 들어오면 당신의 이름을 잊을 것이다.
이 게임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이 게임 자체가 얼마나 부조리한지 깨닫는 것이다. 당신의 머릿속에서 상영되고 있는 이 거대한 오페라를 비웃어라. 그 막장 드라마에 박수를 쳐라. 그리고 그냥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어차피 그 바위는 언제나 다시 굴러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 다른 각도에서 경치를 즐겨보는 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