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박수부터 쳐드려야겠네요. 축하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주변 모든 사람을 '가해자'로 만드는 데 성공하셨군요. 정말 놀라운 연기력입니다. 당신의 기억은 3년 전 동료가 인사를 대충 했던 순간, 작년 생일 때 받은 선물이 기대에 못 미쳤던 순간, 그리고 당신의 '희생'에 대해 온 세상이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던 모든 찰나를 고화질로 저장해 두었죠. 당신은 '수호자'가 아닙니다. 자신의 상처를 사회적 화폐처럼 사용하는 전문적인 순교자일 뿐입니다.
당신의 상대방 기분을 먼저 챙기려는 본능이 보여주는 "전 괜찮아요" 퍼포먼스는 정말 일품입니다. 당신은 내면에 쌓인 원망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 서운함이 당신에게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니까요. 만약 당신이 정말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면, 익명 커뮤니티에 "제가 너무 호구인가요?"라며 올릴 글감이 사라져서 무척 슬퍼할 게 뻔합니다. 당신은 자신의 불행을 가업처럼 소중히 여기며 매일 밤 정성스럽게 닦고 광을 냅니다.
단톡방의 가짜 미소와 뒤에서 흘리는 독설
단톡방에서 "ㅎㅎ"를 남발하며 세상 천사 같은 척하는 당신의 모습을 봅니다. 당신은 자신이 무척 쿨하고 냉철한 관찰자인 것처럼 행동하죠. 하지만 미안하게도 다 티가 납니다. 당신의 미성숙한 이성적인 판단은 그 "ㅎㅎ" 뒤에 엄청난 가시를 숨기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당신의 기대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당신은 직접 말하는 대신 비꼬는 밈을 공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은근슬쩍 험담을 늘어놓습니다.
당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분 동안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보다, 3시간 동안 혼자서 끙끙대며 피해자 시나리오를 쓰는 쪽을 택합니다. 왜냐고요?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면 당신이 더 이상 '비운의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해결책을 원하는 게 아니라 관객을 원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완벽하고 이타적인 존재인지, 그리고 세상이 얼마나 당신에게 가혹한지를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습니다.
기억력: 당신의 원한을 보관하는 금고
당신의 기억력은 사소한 결례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과 같습니다. 2015년에 누가 당신 앞에서 문을 잡아주지 않았는지도 기억하고 있을 기세군요. 당신은 이 기억을 학습과 성장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언제든 상대를 공격할 준비가 된 방어 태세를 유지하는 데 씁니다. 당신에게 타인은 당신의 '평화'를 위협하는 잠재적 가해자일 뿐입니다. 여기서 당신이 말하는 '평화'란, 모든 사람이 당신이 짠 대본대로 움직이는 공포 정치를 뜻하죠.
상대방이 당신의 대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당신은 입을 닫아버립니다. 그리고 말하죠. "ㅎㅎ 아니에요, 제가 다 이해해요." 이 말은 곧 "나는 이걸 평생 기억할 것이고, 6개월 뒤 내가 폭발할 때 너를 파멸시키는 무기로 쓸 거야"라는 뜻입니다. 당신은 수동공격적인 시한폭탄이면서, 사람들이 왜 당신 눈치를 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척 발뺌합니다.
스스로 만든 고립된 섬에 갇힌 당신
당신은 타인의 이기심에 희생당한 '피해자'가 아니라, 당신 자신의 고립을 직접 설계한 건축가입니다. 당신의 머릿속 불안은 조만간 모두가 당신 곁을 떠날 것이라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라며 또다시 피해자 리스트에 항목을 추가하고 있겠죠. 자신의 숨 막히는 '통제형 다정함'을 반성하는 대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