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느 조직이든, 프로젝트 첫 회의에 들어가 보면 누가 ENTJ인지 단 3분 만에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아직 사람들이 어색하게 명함을 나누며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을 때. 당신은 혼자 한숨을 푹 쉬고는 냅다 화이트보드 앞으로 걸어갑니다. 그리고 보드마카를 집어 들고 바닥을 탕탕 치며 말하죠. "자, 본론으로 바로 들어갈게요. 김 대리님은 A 파트 맡으시고, 박 사원은 B 자료 취합해서 수요일까지 제 자리로 가져오세요." 당신은 스스로를 향후 이 오합지졸 멍청이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향할 '모세'쯤으로 여기고 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 누군가 진행 속도가 뒤처지거나, 당신의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 쓰레기 같은 기획안을 들고옵니다. 겉으로 당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업무적인 톤으로 말합니다. "조금만 더 집중해 보죠. 이 프로젝트 성공시키려고 모인 거잖아요." 하지만 당신의 그 잘난 머릿속, 가장 어둡고 은밀한 구석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사실 당신은 저 얼간이들이 일을 망쳐놓는 꼴을 볼 때마다 속으로 극강의 도파민 파티를 열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들의 싼 똥을 치워주며 속으로 비웃는 겁니다. '거 봐, 내가 처음부터 안 될 거라고 했지. 이 조직은 진짜 나 없으면 하루도 안 돌아간다니까.' 제발 그놈의 '책임감'과 '큰 그림'이라는 말로 당신의 갑질을 포장하지 마십시오, ENTJ. 당신은 조직을 위해 희생하는 리더가 아닙니다. 당신은 남들의 무능함을 발판 삼아 자신의 압도적인 지적 우월감을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주 고약한 '구원자 병' 말기 환자일 뿐입니다.

소통을 학살하는 단어, '효율'

당신이 밥 먹듯이 입에 달고 사는 단어 1위는 무조건 '효율'입니다. "과정은 듣기 피곤하니까 됐고요, 결론만 말씀하세요.", "감정 소모할 시간에 솔루션을 찾으시죠."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 속도가 당신보다 느리다는 사실을 생리적으로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남의 말을 중간에 무 자르듯 턱턱 끊고, 결국엔 남의 일까지 빼앗아 당신 책상으로 가져와 버리죠. "아 됐어요, 지금 설명 듣고 있는 시간이 더 기니까 그냥 제가 할게요." 당신은 이렇게 뺏어서 처리하는 당신의 모습이 꽤 '알파 지향적인 리더' 같아 보여서 멋지다고 생각합니까? 왜 당신 팀 팀원들이 갈수록 입을 다물고 영혼 없는 '넵무새'로 변해가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당신은 리더십을 발휘한 게 아닙니다. 그냥 독재를 한 겁니다. 당신의 그 공격적이고 오만한 기 쎈 말투는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싹도 트기 전에 밟아버렸습니다. 어차피 무슨 의견을 내든 당신의 논리 앞에 잘근잘근 씹히고 '비효율적'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텐데, 누가 미쳤다고 총대를 맵니까? 그래 놓고 당신은 또 사석에서 팀원들 욕을 합니다. "우리 밑에 애들은 왜 이렇게 주도성이 없지? 맨날 나 혼자 멱살 잡고 캐리해야 돼." 이 상황 전체를 당신 손으로 직접 설계했다는 사실이 정말 소름 돋지 않습니까? 입으로는 피곤하다면서, 당신은 사실 '팀에서 나 혼자만 일 잘하는 에이스'라는 그 권력욕에 취해 매일 지독한 뽕을 맞고 있는 겁니다.

그 알량한 왕관이 바닥에 떨어지는 날

당신은 스스로를 감정 없이 일을 처리하는 완벽한 전투 지휘관으로 세팅했습니다. 무식하게 밀어붙여서라도 실적만 내면, 위기가 닥쳤을 때 내가 다 해결만 해주면, 사람들이 나의 싹수없음과 꼰대질을 기꺼이 인내해 줄 거라 오만하게 착각하고 있죠. 하지만 새벽이 오고, 그 대단한 군복을 잠시 벗어둔 채 당신의 핸드폰 연락처를 한번 뒤져보세요. 당신에게 찍소리 못하고 고개를 조아리는 동료들이, 혹은 당신의 팩트 폭행을 견뎌내며 옆에 있는 연인이 진짜 당신을 '존경'해서 곁에 남아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천만에요. 그들은 그저 당신과 기싸움하는 게 너무 기가 빨려서 져주는 것뿐이거나, 당신의 그 '일 중독' 능력을 이용해서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당신을 역으로 빨아먹고 있는 것뿐입니다. 경력과 실력으로만 찍어 누르며 쌓아 올린 당신의 제국은 겉보기에만 화려할 뿐 사실 모래성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1등은 없습니다. 어느 날 당신이 헛발질을 해서 팀을 말아먹거나, 당신의 논리가 처참하게 박살 나는 날. 당신이 평소에 아랫것들 대하듯 하대했던 그 사람들은 절대 당신의 손을 잡아주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당신이 평소에 그들을 내려다보던 똑같은 경멸의 눈빛으로, 당신이 허우적거리는 꼴을 팔짱 끼고 구경할 겁니다. 그것이 평생을 타인 위에 군림하려 했던 오만한 독재자에게 내려질 가장 완벽한 형벌입니다.

구원자 병 환자를 위한 강제 입원 치료서

  1.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 주는' 인내심 기르기: 다음 회의 시간에 신입 놈이 말도 안 되는 비효율적인 개소리를 지껄일 때.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어금니를 꽉 깨무십시오. 그 친구가 뻘소리를 끝까지 다 마칠 때까지 절대 입을 열지 마세요. 조직의 작은 프로젝트 하나가 조금 길을 돌아간다고 해서 회사가 내일 당장 망하지 않습니다. '나의 완벽한 룰' 없이도 세상은 어떻게든 굴러간다는 걸 몸소 체험해야 합니다.
  2. 남의 실수율 강제로 뺏어오지 않기: 제발 그놈의 "내가 직접 할게"라는 말 좀 금지어로 설정하십시오. 당신이 답답하다며 아랫사람의 마우스를 뺏어 드는 순간, 당신은 당장의 실적을 얻는 대신 그 팀원이 성장할 기회를 칼로 난도질한 겁니다. 그들이 똥을 싸든 벽에 대가리를 박든 내버려 두세요. 그게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진짜 '리더'의 역할입니다.
  3. '스스로 바보가 되는 날' 지정하기: 매사에 승패를 가르는 전쟁터처럼 사는 짓 좀 그만두세요. 이번 주말엔 제발 좀 '비효율적인 똥멍청이'가 되어보세요. 연인이 네이버 평점 2점짜리 최악의 식당을 골라도 그냥 따라가고, 친구가 짠 동선 쓰레기 같은 여행 스케줄에 군말 없이 몸을 맡기세요. 모든 걸 내 손으로 통제하고 구원해야 한다는 그 끔찍한 강박에서 손을 놓았을 때 얼마나 숨통이 트이는지 직접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결미: 이제 그 싸구려 플라스틱 왕관 좀 내려놓으세요

ENTJ 여러분, 당신의 어마어마한 추진력,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전략적 시야, 그리고 절대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그 폭발적인 에너지는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빛나는 재능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 재능이 오로지 "내가 너희들보다 잘났어"라는 자아도취를 충족하기 위해서만 쓰인다면, 당신은 그저 대가리가 좀 좋은 불도저 폭군일 뿐입니다. 진짜 왕은 군사들이 얼마나 느린지 매일매일 채찍질하며 소리치지 않아도 이미 강한 사람입니다. 가장 무서운 사람은, 자기가 전부 다 갈아엎고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다른 사람에게 칼을 쥐여주며 "네가 구워삶든 찌든 믿고 맡길게"라고 웃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내일 아침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당신의 목소리에 잔뜩 들어간 그 날 선 독기 좀 반으로 줄이세요. 동료가 업무 보고를 하러 왔을 때, 어디서 샀는지 모를 그 잘난 지시 좀 내리지 말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딱 이렇게 말하고 끝내주세요. "오케이. 알아서 진행해 줘." 단 하루라도 전지전능한 신에서 내려와 평범한 인간계로 돌아와 보세요. 정답만 말해야 하는 강박의 왕관을 벗은 당신의 맨머리가 생각보다 훨씬 시원할 테니까요. /ENTJ /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