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초침 소리가 들립니다. 째깍, 째깍. 이 방에서 가장 정직한 소리죠. 지금은 새벽 3시 12분. 낮에 당신이 했던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재생됩니다. "오빠는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관리해야 할 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내 사랑은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가볍고 화려한 단어들이 아니었으니까요. 나의 사랑은 관리이고, 책임이며, 무엇보다 결코 흔들리지 않는 약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그건 그저 '차가운 메뉴얼'이었나 봅니다.

면접관조차 당황시킨 나의 정직함, 그게 사랑에서도 죄가 되나요?

며칠 전 면접을 봤습니다. "본인의 단점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준비한 모범답안 대신 진실을 말했습니다. "저는 융통성이 부족하고, 원칙이 흔들리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순식간에 얼어붙던 면접장의 분위기.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적당히 포장해야 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나의 사랑도 그랬습니다. 기분 맞춰주기 위해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할 수 없었습니다. 진짜 내 계획과 내 능력이 당신을 책임질 수 있을 때만 그 말을 꺼내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당신은 그 침묵을 '무관심'이라고 부르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사랑이 되어버린 순간입니다.

3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당신 집의 쓰레기를 버려준 이유

나는 감정적인 위로에 서툽니다. 당신이 울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미사여구를 써야 할지 머릿속으로 수만 개의 알고리즘을 돌리지만 결국 나오는 건 "휴지 줄까?"라는 멍청한 대답뿐입니다. 대신 나는 당신이 가장 힘들어하는 집안일을 3년째 조용히 처리해왔습니다. 당신의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하고, 비타민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당신이 깜빡한 공과금 고지서를 정리했습니다. 이게 나의 고백이었습니다. 내 시간과 노력을 당신의 일상을 지탱하는 데 쓰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숭고한 헌신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꽃 한 송이를 원했죠. 3년의 성실함보다 3초의 낭만이 더 값진 것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당신을 상처 줄까 봐 삼켰습니다.

새벽의 결론: 나는 계속해서 당신의 성벽이 되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아마 모르겠죠. 내가 이 새벽에 잠들지 못하고 우리 관계의 손익 계산서를 맞추고 있다는 걸. 아니, 그건 계산서가 아니라 '반성문'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배우지 못한 나에 대한 자책입니다. 하지만 나는 내일 아침에도 water purifier 필터를 교체하고, 당신이 좋아하는 반찬을 사다 둘 겁니다. 그게 내가 세상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식이니까요. 비록 당신이 내 진심을 듣지 못한다 해도, 나는 당신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성벽이 되어줄 겁니다. 언젠가는 당신도 알게 되겠죠. 화려한 불꽃놀이보다 무거운 주춧돌이 얼마나 더 든든한 사랑인지. 이제 눈을 감아야겠습니다. 내일도 정해진 일정이 있으니까요. 잘 자요, 한 번도 말하지 못한 나의 진심. 합니다/입니다. 새벽의 자백을 마칩니다. 내 인생의 변수는 여전히 당신뿐입니다. 보고 종료. /ISTJ KO.